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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원이 없건만 산 자의 분노는 어찌 한단 말인가!
- 보보노노 3권 11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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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수다(2009) 펴냄.
우석훈이 88만원 세대에서 10대, 20대가 문화생산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게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했는데 대한민국 표류기를 보고 궁금증이 풀렸다. 허지웅은 이글루에서 우연히 알게됐는데 처음 본 글이 뭐였는지 기억은 안나도 '참 글 잘 쓰네'하고 감탄했던 기억은 난다. 몇 주에 걸친 예약 끝에 엊그제 받아와서 읽었는데, 역시 글 잘 쓴다. 뭐 블로그를 다 봤다면 굳이 볼 필요가 없긴 하지만, 난 중간에 알게 됐으니까 책 읽을 만 했다. 다만 난 39에 깨달은 걸 허지웅은 29에 깨달았다는 게 좀 슬프다. 정확히는 부러움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허탈함도 아니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다.

가난한 사람은 왜 부자를 위해 투표하나, 진보 간지가 제일 많이 남는다. 종합하면, 사람은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가 아니라 가치관에 따라 듣고 보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러므로 진보도 멋져야 한다.

덧) 말미에 우석훈이 쓴 '명박력' 웃겼어. 지금은 명박 2년. 암울한 시대. ㅋㅋㅋ
by 다라나 | 2009/04/23 10:32 | 감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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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신독 at 2009/04/23 11:28
진보가 멋져지기는... 참 힘들지.
판타지나 선망을 제공하라는 말인데, 이건 진보의 '당위'와 정면으로 부딪치거든.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대립하는 듯 보이는 것처럼.

사실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 봤자 '순혈'이 유지되지도 않는데 말이지. 이미 한국의 진보 순혈은 멸종했거든.

Commented by 다라나 at 2009/04/23 11:53
진보의 당위가 뭐지? 잘 몰라서 묻는거야.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보 간지란 글을 봤을 때, 떠오른 동감이 그거였어. 왜 멋지면 안되지? 보수보다 더 멋져지지 못 할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더 멋지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 유리가 예전에 한 얘기가, 자기는 철가방 알바할 때 양복 차려입고 배달 나갔대. 이 정도 멋은 부릴 수 있지 않나?
Commented by 신독 at 2009/04/23 12:31
90년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해줄게.

그때 <샤카 줄루>라는 드라마가 꽤 인기 있었어. 요새식으로 말하면 '간지'깨나 나는 드라마였지.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추장이라니, 운동권에도 꽤 자극적인 멋을 주지 않았겠어? 하지만 비판도 많이 받았던 드라마였어. 사실 샤카 줄루는 '추장' 정도가 아니라 남아프리카 전역을 통치했던 황제였거든. 끝까지 이기지는 못했지만, 영국의 총에 창으로 맞서 승리까지 거뒀던 신화적인 인물이지. 그 드라마는 역사적 영웅인 샤카 줄루의 모습을 백인의 시각으로 낮춘 면이 많이 있었어.

그 당시, 대학 연합 집회 때, 문화 공연을 맡은 어떤 학교에서 <샤카 줄루>의 의상이나 춤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어. 나도 그 드라마 재미있게 보던 참이라 그 공연 좋게 봤지. 꽤 멋진 공연이었어.

근데... 모두 좋게 본 건 아니야.
누군가 공연 도중, 벌떡 일어나 아지를 뜨더라구. (구호를 선창하는 걸 '아지 뜬다'고 해. 형도 알지도)

<제국주의 옹호하는 저질 문화 웬말이냐-!>

주위 사람들도 함께 외치더군.
덕분에 공연은 엉망이 됐지.

그들에게는 '멋'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 '뜻'이 중요했지.
보기에 '멋'져 보였던 그 공연은 흑인들을 비하했다 볼 수 있는 면이 분명히 있었어. 방패 들고 분장한 채, '우우-' 소리 내며 춤을 췄거든. 드라마를 비판하던 이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을 그대로 포함한 공연이었지. 당시의 줄루족 전사들은 야만인 전사가 아니라, 고도로 훈련된 군대 국가의 첨병이들었거든. 드라마의 역사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고.

머... 대충 이런 식이야.
'멋'을 '뜻'과 대치된 부르주와적 유희 정도로 보는 시각은 언제나 있거든. 사실 진보든 보수든 관계도 없지. 엄숙주의라 보면 되니까. 언제 어디든 있잖겠어, "요새 애들은 왜 글케 같잖게 노는 거냐!" 일갈하는 사람이?
Commented by 다라나 at 2009/04/23 14:31
니 말대로 그냥 엄숙주의 같은데. ^^;

니가 든 예의 아지 뜬 놈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난 좀 다르게 봐. 여전히 고민 중이라 진화심리학 같은 것도 뒤져보지만, 그건 과거의 유산(혹은 빚)을 물려받은 사람의 논리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 입장에선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걸 인정 못 하면 채무자가 채권자와 다를 바 없지.

나도 예를 하나 들어볼게. 10년 전 만 해도 가야금 배울 때, 기예 외적인 문제로 스승이 타이르면 싫든 좋든 들을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요새는 태도 불량으로 스승이 수업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가서 다른 선생한테 간다고 하더라. 이런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고, 나도 이해 못 하긴 마찬가지야.

우리 때는 없었던 이런 태도가 생기는 이유가 뭘지 생각해 봤어. 예전과는 다르게 선생도 많아졌고, 미움을 받아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환경이 넓어졌거든(혹은 부유해졌거나). 달라진 환경에 적응 못 하는 쪽은 제자일까 스승일까? 어느 한 쪽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판가름 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조금씩 양보하며 맞춰가는 게 살아가는 거 아닐까.

진보의 당위가 멋과 인과 관계가 있을 리 없잖아. 멋은 여유의 산물이고, 당위는 존재니까. 멋이란 적응이고 당위를 생명이라고 할 때 생존이 목적인 생명이 적응을 부정한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일 것 같고. 나도 정리가 잘 안되서 그냥 씨부렁거리는 거야. 넘 깊이 생각하지마. 그냥 이렇게 얘기하니까 좋기는 하다.
Commented by 신독 at 2009/04/23 15:15
형도 여러 '전통'을 중시하는 단체에 있었으니, 잘 알 거야.
오래된 집단이나 조직일수록... 집단 내부의 강령이나 도덕, 준칙, 문화 등 상부구조 전체에 그들을 그들로 만드는 나름의 뭔가가 있어.
그걸 '순혈'이라 불러 보자구.

인간은, 강아지도 족보 따지며 키우잖아. 순종을 우대하는 건, 혈통에 집착하는 유기체 특유의 행위지만.

그 '순혈'이 손상받는 행위라 판단되면, 집단 구성원 전체의 거센 반발과 부딪쳐야 해. 상부 구조 전체가 저항한다 보면 맞겠지.

그러니...
'새로운 멋'을 추구하는 쪽에서 보면 모두 '엄숙주의'겠지만,
기존의 당위를 지켜야 하는 '순혈 보존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멋'은 순혈을 더럽히는 '바이러스'야.

그래서 매 시기, 매 경우를 모두 제대로 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거시적 관점을 모든 경우에 대입만 하면 정답이 된다는 만능 이론은, 이미 캐박살 난 세상이거든.
언젠가 얘기했지만... 미시적 사회 현상과 거시적 사회 현상을 일위관통하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아.

허지웅씨가 얘기한 '진보 신당' 내지 '진보 진영'에 대한 얘기는 그 나름의 특수한 여러 사정을 다 알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을 때에만(어느 편에 설 것인지. 이걸 '당파성'이라고 하지) 말할 수 있는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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