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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국제회의실에서 행정안전부 주최,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 주관,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IABF) 후원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먼저 제목에 어울리게 준비가 좋았다. 가운데 큰 화면 말고도 오른쪽에 화면을 준비해서 속기사(네 분)가 발표자의 말을 실시간으로 자막 처리해줬다. 감동! 더구나 발표자 뒤에는 수화하시는 두 분이 교대로 나오셔서 계속 수화 통역을 해주셨다. 감동 두 배! 전체 3명 x 6열 x 23줄이 꽉 찼다. 참가 인원만 놓고 보면 성대했다. 디자이너가 많이 왔는지 절반 이상이 여자 분이셨다. 제일 중요한 두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첫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때문에 내년부터 발생하는 벌칙이 걸리는 듯 했고, 두번째는 장애인 웹 접근성 자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2008월 4월 11일에 법이 발효되어 1년 단위로, 최대 5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장애인 웹 접근성을 준수해야 한다. 벌금이 최대 3천만 원이다. 징역형도 있다. 장애인은 시혜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같은 인격체로 대우해야 한다. 이 말은 결국 정도의 차이가 심하긴 하지만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란 뜻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경사로가 없으면 접근이 힘들듯이 비장애인이라도 체력에 따라서는 계단이 힘든 사람이 많다. 결국 나에게는 장애인 웹 접근성을 돌아보는 것은 인권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세상은 태생적으로 불공평하다. 이건 불평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으면 차별이 정당화된다.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 웹 접근성을 알아보면서 왜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하는 지를 절감한 좋은 자리였다. 20분 ~ 30분에 하나의 세션을 배치한 점도 좋았고 13개나 되는 세션을 만들어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한 점도 좋았다. 다만 (내 기준에) 발표자와 낭독자로 나뉜 부분은 좀 그렇다. 네이버의 웹 접근성 추진전략을 발표한 박태준 팀장, 웹 접근성 준수 가이드라인과 토론에서 열변을 토하신 현준호 부팀장, 화면낭독 프로그램과 웹 접근성의 백남중 팀장. 이 세 사람만이 '발표'를 하고 나머지는 준비해온 자료를 '낭독'했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고 발표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 자체는 쓸만했다. 다만 발표가 아니라 낭독인지라 너무 졸렸다. 네이버의 박태준 팀장은 솔직히 자료는 없었다. 그런데 발표는 훌륭했다. 좀 이상한 비유겠지만 거의 사기꾼 수준으로 발표를 잘 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현준호 부팀장이 토론 세션에서 열변을 토한 후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 했다.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몇 있었다. 쳐주지 못해서 정말 아쉽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의 백남중 팀장의 발표는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오싹했다. 모니터 없는 컴퓨터, 인터넷 사용을 생각해보라는 말은 정말 가슴을 찔렀다. 실제로 멀건 배경에 화면낭독 프로그램의 실제 음성을 들려주면서 무엇인지 상상해보라는 장면에서는 전맹의 장애를 실감할 수 있었다. img 태그에 alt 만 제대로 달아줘도 접근성이 30~40%는 올라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고마웠다. 몇 가지 단점도 눈에 띄었다. 1. 구체적인 통계가 부족했다. 얼마나 안 지키는 지에 대한 통계는 있었지만, 뭘 고치면 얼마나 접근성이 개선되는 지에 대한 통계가 없었다. 백남중 팀장이 지나가듯 한 alt 속성 지키면 30~40% 개선될 거라는 게 들은 전부다. 2. 쉽게 말해 어떤 부분을 고치면 접근성이 90% 이상 개선될 거라는 구체적인 길잡이를 제시했다면 정말 도움이 됐을텐데, 그냥 가이드 라인만 제시하는 수준이었다. 3. 토론회는 원래 그런 식으로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정말 지루했다. 미리 발제 내용을 웹에 올려놓고 진짜 토론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발표랑 다를 것이 없었다. 제안. 1. 접근성과 사용성을 고려한 적극적인 디자인과 개발이 필요하다. 템플릿이나 데모로 제공해야 한다. 가이드 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실제 웹 개발은 무에서 창조해내는 10% 정도의 사람이 뭔가 만들어내고, 나머지 90% 개발자, 디자이너가 베껴서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방식의 좋고 나쁨은 둘째 치고, 실제로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실용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실제 써먹을 수 있는 걸 제시해야 한다. 이런 걸 정부나 대형 회사에서 해주면 좋겠다. 2. 사이트 성격에 따른 유형 별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는 사이트 소스를 제공해야 한다. 웹 상의 사이트는 크게 나누면 열 가지 내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유형 별로 대표적인 사이트를 가상으로 구축하고 소스를 공개해서 개발자, 디자이너가 쉽게 이해하고 적용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세미나를 자주 여는 돈으로 이런 사이트 하나 구축해서 공개하는 게 더 효과가 클 것이다. 역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3. ZBXE 같은 오픈 소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고려된 디자인을 큰 상금을 걸고 공모한다. 정부 지원으로 상금을 크게 걸면 인식이 확 달라질 것이다. zbxe를 기준으로 말하면 레이아웃이나 스킨을 공모하는 것이다. 사실 zbxe 같은 경우는 바로 써먹을 만한 스킨이 부족하다. 웹 접근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큰 상금으로 공모하면 실력있는 사람들이 도전할 것이고 수상작이나 참가작(참가작의 공개는 약간의 수를 써야겠지만)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zbxe를 도와주기 위함이 아니라, 오픈 소스를 이용해서 자기 만의 홈페이지를 꾸미는 대부분의 누리꾼에게 웹 접근성을 알리고 인식 개선을 하자는 것이다. 선두 업체 몇 군데는 아무리 정부에서 강제해도 고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홈페이지를 꾸미면서 웹 접근성에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생겨나면 선두 할아버지 업체라도 바꿀 수 밖에 없다(사용자가 바뀌었으니까). 롱 테일 법칙을 변형해서 적용하자는 말이다. 웹 접근성을 주도하는 단체들에게 부탁하고픈 것은 좀더 적극적이 되서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걸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표준안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W3C도 여러 단계로 나눠서 표준이 만들어지지 않는가. 완성된 걸 한번에 제공하지 말고 하나씩 만들어가되 능동적으로 끌어갔으면 한다. 덧) 국가인권관리위원회 장애차별팀 조형석 팀장의 발표 전에 피식했다. 장애차별방지팀도 아니고 장애차별팀이라니. ㅡ.ㅡ; 덧2) 마지막에 선물로 주신 냉/온 겸용 안대는 아주 좋았어요. 모니터 많이 봐서 피로한 눈을 위해서도, 시각장애인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하셨죠. 깊은 생각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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